유럽연합(EU)이 아이폰의 충전 단자를 교체시킨 데 이어 플랫폼 규제법을 통해 애플의 폐쇄적인 독자 생태계를 차근차근 무너뜨리고 있다. 애플은 자사 서비스가 반독점 규제 대상에 오른 것에 반발하면서도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새 규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3일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은 애플이 최근 공개한 iOS 17.2 최신 베타 버전에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이드로딩(공식 앱 장터가 아닌 경로로 앱 설치)을 허용하는 코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현재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사이드로딩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iOS의 사이드로딩 앱 설치를 불허해왔다.

이는 폐쇄적인 독자 생태계를 구축해 온 애플이 내년 시행될 EU의 디지털시장법(DMA)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DMA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법(공정거래법)이다. 소수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해 특별 규제를 적용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은 제3자 서비스와 상호 운용을 허용하고 플랫폼 외부에서도 입점 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지난 9월 애플을 포함해 알파벳, 아마존,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확정했다. 이들이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앱스토어, 운영체제 등 총 22개 서비스가 규제 적용 대상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는 메신저 앱 아이메시지도 포함됐다.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는 앱스토어 외 플랫폼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없었지만 DMA는 다른 앱 마켓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 서비스에 반독점 규제가 적용되는 것에 반발해 소송까지 추진 중이다. 애플은 DMA에 대응해 오는 16일까지 EU 법원에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 서류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이드로딩 허용 코드가 발견된 건 애플이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당장 내년 3월로 다가온 규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U의 공세 속에 폐쇄성을 앞세운 ‘애플 공화국’이 점차 문호를 여는 모습이다. 앞서 애플은 독자 생태계의 상징이던 8핀(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포기했다. EU가 내년부터 모든 충전 단자를 USB-C로 교체하기로 하면서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15 4종은 애플 역사상 최초로 충전과 입·출력 단자가 8핀 라이트닝에서 USB-C로 변경됐다.